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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서

20210406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 허지웅

by wohlsein 2021. 4. 6.

재밌게 읽었다. 개인적으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설의 내용을 통해서는 명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고자 하는 교훈(?)을 파악하기보다는 그저 빠져서 읽게 만드는 것. 내 시간을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것.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던 이미지처럼 그의 글도 어쩐지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 속에서 그의 단어와 표현들은 항상 사려 깊은 것 같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을 통해 주고자 하는 메세지는,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이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추악한 사실을 인정할 때 일말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거짓 낙관은 삶을 혐오하게 만들지만, 추악한 세상을 인지하고 그 추함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더 나은 삶을 모색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가 소설 속에서 '세상'을 무엇으로 표현하고자 했는지 계속 궁금했다.

그 세상을 왜 김갑수의 시선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의 다양한 연애 이야기도 아닌 성관계 스토리에 집중해서 풀어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의 지나간 여자들을 추한 세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그러한 연애사를 가진 김갑수의 세상을 추하다고 하고 싶었던 건지.. 혹은 그를 추한 세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그냥 다 추하다고 하고 싶었던 건가??..

 

그 의도가 뭐든지 간에 세상을 이해하기에, 블랙홀 여자 이야기 속의 "관계란 작용과 반작용이다."라는 문장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 추한 세상을 내가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내 작용에 의한 반작용. 항상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세상에 너무 감정적으로 가까이 빠져들지 않게 하고, 겸손해지게 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문장을 봤을 때, 뜬금없지만 아주 적절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미워하고, 사람에 상처 받고, 많은 것들에 지쳐도 아이러니하게도 나 또한 항상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책 속의 화자가 단순히 '나'가 아닌 '지웅'이라서 잠깐씩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소설인지 수필인지 혼란스러웠다.

작가들은 가끔 소설 속 주인공을 자신과 비슷하게 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글을 쓸 때 더 잘 몰입이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