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독서

20200204 건축, 사유의 기호 - 승효상

by wohlsein 2020. 2. 5.

한국의 유명 건축가 승효상.

건축에 대한 그의 진지한 사상을 알 수 있는 책이었고, 깊이 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건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건축물을 표현하는 언어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작가는 현시대의 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설치미술적인 건축물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건축은 인간의 삶을 짓는 활동이다.

 

건축(建築)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온 '세우고 올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과거 우리는 영조(營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지어서 만든다. 짓는다는 것은 "어떤 재료를 가지고 생각과 뜻과 마음을 통하여 전혀 다른 결과로 변화시켜 나타내는 것이다" 삶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 사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건축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꾸밈없는, 인간에 대한 건축가의 사상이 담긴, 사유된, 혹은 사유하게 하는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돌프 로스 로스하우스(빈)

주세페 테라니 코모 파시스트의 집 (이탈리아 코모)

바이센호프 주거단지(슈투트가르트) - 미스 반 데어 로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주거단지.

르 코르뷔제 빌라 사보아 - 건축가는 지적 감수성으로 보편적 세계를 보는 자. 그의 건축 5원칙을 잘 표현한 건축물.

르 토로네 수도원

라 투레트 수도원 르 코르뷔제(프랑스 에브 쉬르 아브렐론)

르 코르뷔제 찬디가르(인도 바라나시)

 

한스 샤로운 베를린 필하모니 홀 - 이 책에서 나오는 몇 안 되는 화려한 건물이다. 작가가 이 건물을 가치 있게 보는 이유는, 작품의 감동과 선율을 내외부로 연결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의 용도가 그러한 것이다. 건축가는 사용자에게 공간으로써 더 큰 감동을 선사하고자 했다. 작가가 말하는 인간 존중. 이 건물의 또 다른 가치는 공동성에 있다고 한다. 동독과의 경계에 아주 가깝게 세워진 이 건물은 세계 2차 대전 패전 후 독일인들의 마음을 달래 줄 문화공간의 필요로 인해 지어졌다. 한스 샤로운은 기존의 앞만 보는 공연장을 벗어나 과거의 공연 공간으로부터 공동성이란 개념을 가지고 왔다. 관객석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공동체적 공간을 느끼게 하여 더욱더 강한 유대감과 친밀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즉, 나의 감동과 다른 이의 감상을 공유하는 공간.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 베를린 국립미술관 신관

루이스 칸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 - 빛과 침묵

루이스 바라간 - 침묵과 평정, 노스탤지어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 파리 퐁피두 센터 - 탐구욕으로부터의 결과. 우리 시대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 공모전의 주제는 융통성과 가변성이 었는 복합 문화시설이다. 이 두 건축가는 설비와 이동 동선, 기둥까지도 모두 건물의 가장자리에 두어 내부 공간의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가치는 건물 앞 광장. 도시의 비움에 있다. 그 비어있는 공간은 예측할 수 없는 활용성을 준다.

이미 수십 년 전에 지어진 건축이지만, 처음 이 건축물을 접했을 땐 그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한 설비 디자인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설비시설이 건물에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다들 숨기기 급급했으니.. 발상의 전환. 오히려 이러한 디자인이 현대에는 비용절감이라는 장점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요즘 다수의 카페와 사무실 등의 천장은 설비가 노출되어 있다.

 

요한 오토 폰 스프렉켈슨 라 그랑 아르세(파리)

쉬른 미술관(프랑크푸르트) - 디트리히 반게르트, 베른트 얀센, 스테판 얀 숄츠, 악셀 슐테르

도미니크 페로 프랑스 국립도서관

안토니오 가우디 귀엘 공원(바르셀로나)

시구르트 레베렌츠 우드랜드 공동묘지(스톡홀름) - 표지에도 나와있는 이 책의 마지막 공간. 사유하게 하는 공간. 기둥과 보가 있어야만 건축이 아니다. 주변 환경과 조경을 통한 공간 생성 또한 건축이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이다. 이 공간에 대한 작가의 순수한 감동을 느꼈고, 그러한 감수성에 깊이 감사하게 됐다. 건축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읽을 때는 술술 넘어가더니 적고 보니 많다. 즐기는 마음으로 찬찬히 책에 나온 모든 곳을 방문해 봐야지 꼭!

 

 

"건축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현장에 가서 진실을 마주하여 지니고 있던 환상을 깨는 일이 중요하다. 바른 건축이 되기 위해서는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모든 암시와 요구, 많은 기억이 누적된 기록을 들추어내야 하며, 장소를 떠난 건축은 한갓 조형물일 뿐이다. 장소성이 건축을 이해하는 핵심적 요소."

그림과 음악 또한 그렇듯이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현실과 때로는 그로부터의 감동이 사람을 많이 배우게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집순이인 내가 움직여야 하는 첫 번째 이유. 진정한 건축가가 되기 위해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견학. 경험과 견문. 그리고 우리가 설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중요한 작업 현장조사.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

 

'친환경'이라는 현대건축의 과제 속에서도 우리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건축의 절대적 가치인 '인간 혹은 사용주체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이 글의 주제와는 별개로 친환경과 건축이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건축은 결국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그 변화가 환경(자연)을 헤치지 않는다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겠지만, 태초의 자연이 아닌 상태의 자연과 생태계는 언제나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는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주제. 친환경 건축, 지속 가능한 건축.

 

그리고 건축가가 가져야 하는 것 중 하나는 공간을 느끼는 감수성이 아닐까. 의미부여. 학사 땐 이 의미부여가 얼마나 낯간지럽던지.. 건축적 탐구지식과 사람에 대한 존중을 학사 공부하는 전체 기간 동안 배웠지만, 아직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또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