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책 내용 중 한 부분을 교과서에서 접한 후에 처음으로 읽은 양귀자 작가의 책이다. 내가 선호하는 소설 스타일이다. 잔잔하고 깔끔한 느낌. 읽고 난 후 머릿속에 진한 잔상이 남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서도 문득 생각이 날 것 같은 책의 내용이다. 오래전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은 후 남은 잔상은 나를 많이 힘들게 했던 기억이 있다(이 책은 베스트셀러에도 오를 정도로 유명하고 오랫동안 생생하게 머릿속을 어지럽힐 정도로 잘 쓰인 책은 확실하다.). 책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스꺼운 느낌이라 한동안 소설책을 피하고 싶게 했었다. 그 후 또 한 번의 취향에 맞지 않는 잔상이 강한 소설책을 읽은 후, 손에 잡은 이 [모순]이란 소설책은 다시 소설책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나는 삶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있지만 주인공의 의지대로 결말이 맺어지는 엔딩이 좋다. 좌절스러운 책은 어쩐지 내 삶도, 햇살이 예쁜 봄 날씨도 색이 없어져 가슴에 공허한 찬바람이 불게 만든다.
안진진이라는 20대 중반의 결혼적령기인 여자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1년간의 고민이 담긴 소설책이다.
어느 날 아침 그녀는 다짐한다.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그녀에게는 스타일이 다른 두 남자가 있고,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남은 생애를 살아갈 예정이다. 드라마는 없지만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인생, 혹은 앞날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가슴 설레는 사랑이 있는 인생.
그리고 그녀에게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사는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가 있다. 자유롭게? 사는 남편과 사고뭉치인 자식을 가진 엄마, 항상 계획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남편과 온실 속에서 자란 자식을 가진 이모. 엄마와 이모는 서로의 삶을 부러워한다. 엄마는 안정적이게 사는 이모를 부러워하고, 이모는 역동적으로 사는 엄마를 부러워한다. 안진진은 엄마와 이모의 삶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자신의 앞날에 대해 고민한다.
인간의 삶과 생각은 언제나 모순적인 부분이 있다. 내 삶보단 남의 삶의 아름다운 점을 더 크게 보고, 내가 상대에게 어떤 사람일지보다 상대가 나에게 어떤 사람일 수 있을지를 더 생각해본다. 내 가족이 상대에게 어떤 사람일지보다 그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 장점이 있으면 언제나 단점이 있고, '완벽'이란 단어는 있지만 완벽한 그 어떤 것도 있을 수 없다.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완벽하게 좋은 삶도, 완벽하게 나쁜 삶도 없다. 완벽하게 좋은 관계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에 더 맞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앞으로의 삶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사건임에는 틀림이없다. 인간 다 똑같고 살다 보면 누구나 똑같은 삶을 산다고 하지만 상대를 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 결혼을 통해 삶에 또 다른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니까.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즉, 내가 기준을 두고 있는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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